하지만 무턱대고 영화를 만든다고 누구나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영화가 팔리려면 재미가 있든, 영상미가 좋든 뭔가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중 워너 브라더스의 선택은 기술 혁신이었어요. ‘우리는 소리가 나는 영화를 만들자’. 그 당시의 영화는 소리는 들리지만 화면과 동시에 송출되는 지금과 같은 영상물이 아니라 영상물 따로 소리 따로 송출됐거든요. 그래서 세계 최초의 유성영화(有聲映畫) 재즈 싱어 (The Jazz Singer, 1927)가 제작돼요. 영화 산업의 혁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죠.

* 유성영화(有聲映畫): 화면과 소리가 결합된 영화. 움직이는 화면을 소리와 동기화 시키거나 소리와 이미지를 기술적으로 결합시킨 것.

세계 최초의 유성영화인 재즈 싱어로 인해 영화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워너 브라더스는 이를 기념 삼아 재즈 싱어를 제작한 스튜디오의 형상을 로고에 넣기로 해요. WB위쪽에 보이는 사진이 바로 그곳이죠.

친구야 우리 싸우지 말고 각자 잘하는 거 하자~

우리나라에선 흥행 영화의 기준이 보통 ‘천만 관객’ 이잖아요? 전 세계 기준으로 보면 10억 달러 돌파 영화가 그 기준인데요. 워너 브라더스는 디즈니 다음으로 10억 달러 돌파 영화가 많은 회사예요. 디즈니가 나왔으니 디즈니와의 비교를 조금 더 해보자면, 둘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는 회사예요. 우선, 이 둘은 신기하게도 둘의 창립 연도(1923년)가 같아요. 그 뿐만 아니라 저희의 1호 뉴스레터였던 디즈니 편을 보셨으면 이미 아시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디즈니도 워너 브라더스처럼 형제가 같이 설립을 한 회사예요! 이렇게 시작을 정말 비슷하게 한 동갑내기 친구지만 이 둘의 행보는 정말 정반대 그 자체였어요. 그 중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제가 아까 1927년에 워너 브라더스가 재즈 싱어를 제작하며 세계 최초의 유성 영화를 탄생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런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바로 그 다음 해인 1928년, 디즈니는 세계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인 스팀보트 윌리(Steamboat Willie, 1928)을 제작하며 애니메이션 산업에 혁명을 일으키기 시작했어요. 이쯤 되면 무릎을 탁 치며 ‘아 둘은 이게 다르네’라고 하셨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이 둘은 각각 한쪽은 애니메이션 영화, 다른 한쪽은 실사 영화를 주로 다루면서 영화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죠.

그렇게 둘은 각자 다른 무기를 통해 시장에 알려지면서 점점 더 각자만의 길을 가게 되죠. 이 둘은 모두 각자의 욕망을 표출하길 원했는데요. 어떻게 이야기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어요. 그 해답으로 디즈니는 환상을 현실로 이끌어 낼 디즈니 랜드를 설립했는데요. 만화는 말 그대로 ‘만화’라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깨기 위해서 였어요.

반면에, 워너 브라더스는 디즈니와 같은 고민을 하였지만 다른 해답을 찾는데요. 실물의 무언가를 만들기 보다 그냥 영화 그 자체를 더욱 생동감 있고 생생하게 만들자는 거였어요. 디즈니가 이야기를 만화로서 풀어냈다면 워너 브라더스는 오히려 만화나 동화,소설을 실사화해서 영화로 만드는 전략을 취했죠. 그렇게 등장한 작품들인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배트맨 시리즈,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그었죠. 그 말인 즉,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여 디테일을 잘 살려 표현해낸다는 것이겠죠?

이렇게 두 회사는 각자의 특성을 살려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됐어요. 워너 브라더스는 강렬한 스토리라인, 다채로운 장르의 실사 영화, 나중에는 DC코믹스 기반의 슈퍼 히어로 영화 등으로 까지 확장하면서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넓은 타깃 오디언스를 설정했어요. 이에 반해 디즈니는 가족 친화적인 애니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함으로써 어린이와 가족 단위의 관객을 주요 타겟으로 삼았죠. 지금이야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을 포함한 여러 제작사의 인수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넓은 오디언스를 아우르는 회사가 되었다지만, 처음엔 어린이와 가족 단위라는 비교적 좁은 타깃으로부터 오는 확실한 사랑을 기반으로 성장한 것이죠.

좀 전에 위에서 언급한 워너 브라더스의 대표적인 실사화 영화들 있잖아요.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배트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말이예요. 이 영화들은 실사화 영화라는 점 말고도 공통점이 있는데, 혹시 아시나요?

위 영화들은 모두 프리퀄 작품들이 출시 된 이야기예요. 신비한 동물사전(해리포터), 호빗(반지의 제왕), 조커(배트맨), 웡카(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그 주인공들이죠. 모두 원작 영화 못지 않게 인기가 많은 작품들이죠? 워너 브라더스는 1편만한 2편 없다는 편견을 보란듯이 깨며  프리퀄 영화를 내놓는 데에도 탁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어떤 작품들은 오히려 원작보다도 더 재미있을 정도니까요.

제 경우는, 이번 웡카를 보면서 티모시 샬라메(영화 웡카, 2023中 웡카 역)가 시간이 지나 조니 뎁(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 中 웡카 역)이 된다고 생각하며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의 중점을 두고 보니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이뿐만 아니라 예전에 호아퀸 피닉스(조커, 2019 中 조커 역)의 조커와 히스 레저(다크나이트, 2008 中 조커)를 볼 때는 더했으면 더했죠. 그 간극이 너무나 컸으니까요. 아마 저 같은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기존에 좋아했던 영화 또는 캐릭터의 옛 모습을 보고 싶고 그 공통점과 차이점들,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교하고 찾으며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잖아요?

사실, 프리퀄로서의 전개는 영화사 입장에서도 꽤나 좋은 선택이에요. 몰입감 있는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해 낼 자신만 있다면 말이죠. 이미 팬층이 확고히 모여 있는 작품을 다시 다루기에 작품 자체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절감되고, 팬들에게 전작에서 다 못 채운 만족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새로운 확장까지 노려볼 수 있으니까요. 워너 브라더스처럼 세계관 표현에 있어 이미 따라올 자가 없는 영화사에게는 최고의 전략이죠.

*프리퀄: 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

역대 1위 작품은? 해리포터? 배트맨?

그러면 워너 브라더스의 역대 흥행 1위 작품은 어떤 걸까요? 지금까지 언급된 작품들만 보더라도 아주 쟁쟁해서 감히 선택이 잘 안되시나요? 그런데 정말 의외로 워너 브라더스의 진짜 1위 작품은 위에서 제가 언급한 작품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를 수도 있는 비교적 최근작인데요. 특히 아시아 쪽에선 인기가 많지 않아서 더욱 모를 수가 있는데요. 바로 영화 ‘바비’예요. 모두들 잘 아는 바비 인형을 실사화한 영화로 작년 7월에 개봉해서 워너 브라더스 100년 사상 최대 수익을 넘어섰고, 2023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 자리까지 차지하며 역대 영화 흥행 15위의 기록을 세우게 됐어요.

잠깐, 갑자기 바비라니? 저만 좀 생뚱맞게 느껴졌나요? 아무리 그래도 장난감 인형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엉뚱한 소재엔 다 그럴만한 근거가 있었어요. 워너 브라더스는 바비처럼 같은 장난감 출신인 레고 무비(THE LEGO MOVIE, 2014)를 통해 장난감 소재에 대해 이미 검증을 한차례 끝낸 바 있었거든요. 또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Pirates of the Caribbean Film Series, 2003~)는 무려 정반대 성향을 가진 동갑내기 친구인 디즈니의 디즈니 랜드의 놀이기구에서 영감을 받아 세계관을 만든 실사화 영화예요. 그러니까, 바비는 운좋게 얻어 걸린 작품이 아니라 장난감 소재 + 세계관 만들기에 대해 이미 여러 검증을 한 워너 브라더스의 첨예한 전략이자 기술이었던 것이죠.

이런 기술뿐만 아니라 바비는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는 특성을 제대로 살려 공감, 친숙함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에도 충실했는데요. 개봉 한참 전부터 미리 전용 SNS채널을 만들며 팬들과 소통하는 SNS마케팅으로 팬덤을 형성시켰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온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광고 마케팅이 정말 압권이었어요. 가짜 옥외 광고(FOOH, Faux-Out-Of-Home)라는 신흥 광고 전략인데요. 바비의 광고는 그래픽 작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에서 바비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가상으로 만들어 낸 형태였어요. 실사화(생동감 있는)를 좋아하고 잘 하는 워너 브라더스인 만큼 아주 생생한 연출을 해냈죠. 그렇게 바비는 관객들에게 개봉 전부터 이미 실존하는 것처럼 인식되어지고, 그걸 바탕으로 워너 브라더스의 역대 1위 작품 자리를 꿰차게 되었어요.

워너 브라더스 100주년 전시

이렇게 대단한 작품을 싹쓸이하듯 가지고 있는 워너 브라더스가 100주년을 맞이해서 생일파티 겸 전시를 열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워너 브라더스의 100살 생일을 축하해주러 DDP에 다녀왔는데요. 아주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어요. 그런데, 아시아권에서 바비의 인기가 정말 없었던 탓인지, 역대 최고 히트작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도 바비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다만, 이번 신작인 웡카를 위한 쇼룸은 따로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그만큼 워너 브라더스가 아시아 시장에서의 웡카 파워를 기대해보겠다는 뜻일까요? 웡카가 과연 바비의 실적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가 될 것 같아요!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뮤지엄 전시1관

기간: 23.11.18~24.03.31.

운영시간: 오전10시 ~ 오후8시(관람종료 1시간 전 매표 및 입장마감)

주차: DDP주차장

오늘 내용들, 더 생생한 목소리로 영상에도 담겨있어요. 유튜브 스텔스에 업로드 돼있으니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