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요리할 때 마주하는 부엌칼, 언제부터 이런 모습이었을까? 안녕하세요 텔유레터 구독자 여러분! 디자인 에디터 마르입니다.
다시금 한파가 찾아왔네요. 겨울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갑자기 추워지니 코트를 입어야 할지 다시 패딩을 입어야 할지, 출근 전에는 꼭
고민하게끔 만드는 요즘 날씨인 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밖에서 식사를 하기가 두려워 집에서 저녁을 만들어 먹고는 하는데요! 우리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면 만나게 되는 바로 부엌칼(식칼) 오늘은 한국의 부엌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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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은 칼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쇠를 녹이고 붙이고 다듬어 원하는 형태와 용도로 사용하는 칼들은, 예전에야 전쟁이 있거나 사람끼리 맞대는 등의 검의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었지만, 현대에는 일상을 도와주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희 삶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부엌칼(식칼)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각 나라의 식문화와 역사에 따라 조금씩은 다른 형태로서 사용 중입니다.
서양에서는 장인의 나라 독일의 칼도 우수하다고 소문이 나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도 장인의 나라로 꽤 많은 후대들이 대장장이 일을 이어받아 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성능과 장인 정신에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칼을 만드는, 오늘 제가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대한민국, 바로 우리 한국의 부엌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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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칼, 식칼의 역사를 이야기한다면, 인류가 존재했을 때부터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사냥하고 수렵한 것들을 먹기 위해 가죽을 벗기고, 살을 바르고, 뼈를 분리하는 등의 이러한 과정을 다용도로 사용되던 그 시대의 칼이 해왔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도구가 이 부엌칼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돌을 부수고 내려쳐서 날카롭게 만들어 사용했고, 새로운 소재인 청동을 발견한 뒤엔 청동으로 칼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이렇듯, 새로운 소재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칼이 발전될 만큼 인류와 칼은 함께 살아왔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과 같은, 정말 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강도와 형태가 나온 것은 철기시대부터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철기 시대가 되고 나서 철을 이용한 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청동기 때와 형태는 비슷했지만, 지금까지 수제 칼에 사용되는 방식인 금속을 두들기고 눌러 모양을 만드는 단조 방식이 최초로 도입되어 제작되게 됩니다. 이러한 제조방식으로 인해 전보다 더 높은 강도와 날카로움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죠!
하지만, 철기시대 초기에는 철제 무기를 만들기 위해 불에 달군 철을 두드려 길게 늘려서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무기로 사용되던 칼들은 점점 길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후에는 시대가 지나고 무기 외에 생활 도구로 쓰는 칼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짧은 칼을 만드는 단조 형식을 도입했습니다. 식칼, 무당의 신칼, 여성들의 은장도 등의 다양한 용도의 짧은 칼들이 이러한 형식으로 후에 나오게 된 칼들이죠!
이러한 시대를 거쳐 부엌칼(식칼)은 저희의 주방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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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시대를 맞이하고, 이제 부엌칼은 생활 속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칼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부엌칼은 큼직한 육류 같은 재료를 자를 때 주로 사용했으며, 이것보다 작은 과일이나 채소를 손질할 때는 창칼(찬칼) 또는 과도를 사용했습니다. 한국의 부엌칼들은 대부분 대장간에서 쇠를 두들겨 만드는 무쇠 칼이었는데, 여기에도 전형적인 단조 형식을 사용합니다. 쇠를 불에 달궈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 담금질 후에 숫돌로 갈아서 날을 다듬은 뒤, 나무 자루에 날붙이를 박는 형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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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부엌칼 또한 쓰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칼을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일반 부엌칼은 길이가 30~35cm 정도에 칼끝이 위로 올라간 모습이 특징이며, 칼등은 대체적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립니다. 흔히, 이 모양이 신는 버선의 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지금도 '버선칼'이라고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한국에만 있는 모양과 '버선칼'이라는 명칭도 잘 어울려 한국의 시그니처 부엌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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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및 생선을 다질 때에는 비교적 면적과 크기가 큰 칼이 애용되었습니다. 칼등은 더 두툼하고 칼 몸의 너비와 폭 또한 기존 버선칼 보다 넓은 편이며, 재료에 닿는 면적이 넓고 힘이 더 실리는만큼, 칼 몸이 빠지지 않도록 쇠로 씌워 단단히 고정했습니다. 육류와 어류를 다듬는 데에 많이 쓰이면서도 섬세한 작업이 가능해서 현재는 수산시장에서 많이 사용한다고 하네요. 명칭은 막칼 또는 생선 해체에 특화된 일본 칼, 데바(出刃)라고 많이 불립니다.(용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통합하여 명칭을 부르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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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시대 부엌칼은 길이 35cm에 칼 몸의 폭이 좁고 날카롭게 생긴 것도 있다고 합니다. 주로 고기를 손질하거나 뼈를 발라내는 용도로 사용했을 거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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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예전부터 용도에 따라 많은 형태의 칼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고를 반복했습니다. 잘 쓰이지 않는 칼로, 면 요리의 면을 다듬는 용도로 쓰던 '칼국수 칼'은 중식도 보다 큰 크기로 면을 절삭하는 용도로 만들어졌지만, 산업화 이후로 더 가볍고 가격이 저렴한 칼들이 나오면서 무겁고 비싼 칼국수 칼을 쓸 이유가 없어져 이제는 잊혀져가고 있는 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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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지금은 공장에서 주조로 만든 쇠 칼이나 스테인리스 칼이 대부분입니다. 예전처럼 대장간에서 두드려서 만든 칼은 일부러 대장간에 주문을 해서 구입하지 않으면 이제는 쉽게 볼 수 없게 되었죠. 주방과 요리 그리고 칼에 대한 애착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국의 부엌칼을 사용할 이유가 적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칼을 만들 수 있는 쇠가 나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수입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장인 정신으로 계속해서 명맥을 지켜주시는 장인분들이 계시는데요! 그중 제가 생각하기에 전통과 트렌드함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훌륭한 브랜딩 사례가 될만한 두 업체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광고가 아닌, 에디터의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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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인의 모루는 경기무형문화재 60호, 안성시 무형 향토유적 1호로 지정되어 있으신 6대 대표 신인영 장인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계십니다. 신인영 장인은 뛰어난 재능으로 17세 최연소 야장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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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블로그 -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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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신장인의 모루를 보고 감탄한 점은 다름 아닌 패키지 디자인이었는데요. 특유의 색깔 있는 매듭과 패키지 종이에 적혀있는 로고에 세련됨이 너무 느껴졌었습니다. 이걸 처음 봤을 때,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명인, 장인분들의 상품에는 디자인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산산조각 나듯이 깨지면서, 심플하지만 트렌드함이 묻어나는 패키지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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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에서 다루었던, 한국의 시그니처, '버선칼' 입니다. 저도 모양의 정확한 용도는 몰랐었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올라간 코 부분으로 항아리 같은 곳에 보관된 들어 올리거나 재료를 당길 때 사용했고 힘든 농사일을 함께 하던 과거 농촌에서 둘러앉아 버선칼을 들고 배추, 무 등을 끌어당겨 다듬었다고 합니다!
특유의 나무 손잡이의 노르스름한 색상과 선대 장인들이 강철로 완성도 높은 제품에만 새겨 넣었던 x자 표시는 신장인의 모루 만의 시그니처이자 칼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는 주문이 많아 전화로만 주문 문의를 받는다고 하네요! 국내에도 인기가 많지만,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아 23년 11월에 전화로 문의드렸을 당시에 24년 4월까지 주문이 차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주문하실 분이 계시다면, 반년을 잡아두시고 주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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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튜브 쇼츠 - 나니까 NANNIK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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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인의 모루는 유튜브 쇼츠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을 거라 생각됩니다.
영상에 나오시는 채널주 분께서도 굉장히 만족하신듯한 진심 담긴 리뷰를 해주셔서 우리 칼에 대한 아름다움을 잘 나타낸 것 같았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용도의 칼과 농기구 등 주방용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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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터는 부엌과 주방에 대한 식문화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심플하면서 과하지 않게 디자인 플레이를 하고, 본질적인 부분의 경계를 건들지 않으면서 감성을 곁들이는 것을 잘하는 브랜드라고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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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터의 디자인에 사로잡힌 것은 어떤 하나의 시그니처한 상품이 아닌, 이 브랜드가 뿜어내는 전반적인 무드와 톤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특유의 사진 톤과 감성적인 세리프 폰트, 오크 우드톤이 어우러져 브랜드 자체의 느낌을 이미 브랜딩이 된 느낌이기 때문에 "이 브랜드는 이런 느낌이야." 이런 부연 설명 없이 시각적인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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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장인이자 대표인 임정신 대표는 이런 칼은 독일도 일본도 없다며 장인의 자부심을 보이며 마케팅을 했는데, 장인과 어울리는, 장인만이 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되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칼 질을 했을 때, 손질한 재료가 칼에 붙어 따라오지 않는다.'
이 점이 강조된 칼의 구조는 칼등과 칼날 사이의 면 부분에 지층이 깎여나간듯한 디자인으로 수려한 물결무늬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부분이 헤리터 부엌칼만이 낼 수 있는 독보적인 디자인이기도 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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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희 일상에서 맞닿아있는 칼, 부엌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요리를 직접 하시는 분들이나 직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은 매일 피부와 닿게 되는 부엌칼 또한 용도에 따라 형태는 다양했고, 다듬는 음식과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점을 알 수 있었네요!
저는 항상 스테인리스에 플라스틱 손잡이로 된 기성제품만을 보다가 우리나라 전통의 사연 있는 칼 모양새를 보니 느낌이 또 새로운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디자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디자인 에디터. 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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