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패션으로 만들다, 젠틀몬스터
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혹시 지금 안경을 착용한 채로 글을 읽고 계신가요? 아니면 선글라스를 쓰고 계신가요?! 아, 렌즈를 끼고 계시려나요? 저는 지금 안경을 쓰고 글을 쓰고 있는데요, (사실 라섹 수술을 해서 시력이 좋아져 굳이 낄 필요가 없지만 착용하고 있어요. 시력 보정용이 아닌 블루라이트 차단용 안경이거든요!) 요새는 안경을 패션으로도 많이 착용들 하시지 않나요? 예전에는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언서들만 안경을 패션으로 착용을 하였지만 요새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패션으로서 안경을 쓰는 시대가 왔는데요. 그래서 이번 주 뉴스레터는 우리나라 대표 아이웨어 브랜드를 주제로 했어요. 오늘 들려드릴 브랜드는 바로 브랜딩의 정수를 보여주는 ‘젠틀몬스터’예요.
글 대신 영상으로 확인하고 싶으시면 유튜브 스텔스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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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가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계시죠~? 왠지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브랜드 이름과 제품 디자이지만, 젠틀몬스터는 본투비 토종 브랜드예요. 심지어 대표님 성함은 ‘김 한국’이신 걸요. 젠틀몬스터의 아버지인 김한국 대표는 현대캐피탈에 다니다가 퇴사를 하고 영어교육업체(현 씨케이글로벌파트너스)로 이직했는데요, 1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할 정도로 능력이 좋았어요. 하지만, 김한국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회사의 새로운 신사업 아이템을 물색했어요. 이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아이웨어’ 시장이었는데요. 안경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니라, 여태 회사에서 해온 마케팅 업무를 기반으로 분석을 해보니 안경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보였던 거죠.
첫번째로, 2010년 당시 대한민국의 안경 시장은 지금에 비하면 처참하기가 짝이 없었어요. 오로지 기능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시력 보정 도구’로서 안경을 착용하고, 디자인도 그저 안경집에서 추천해주는 대로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물론 명품 브랜드의 안경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외국인 얼굴형에 맞춘 안경이라서 동양인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잘 어울리지가 않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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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그 당시는 한창 라식∙라섹 수술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었을 때였어요. 하지만 수술을 받아 시력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경을 쓰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그냥 ‘멋’으로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안경을 썼던 젊은 사람들에겐 조금씩 안경이 패션 아이템으로서 자리잡고 있었던 거예요. 시력은 좋아졌지만 안경 쓴 얼굴이 익숙하다는 거죠.
이러한 모든 지표들은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는데요. 바로 패션 안경의 필요성이었어요. 즉, ‘아이웨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본 김한국 대표는 2011년 2월,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런칭하죠.
*이 부분을 꿰뚫은 젠틀몬스터는 한국 여성들의 니즈였던 큰 프레임의 선글라스를 만든다. 그래서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전지현)의 선택을 받은 이후 젠틀몬스터는 말 그대로 별에서 온 브랜드인 것처럼 사랑받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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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는 현재 퓨처 리테일을 전개하는 대표적인 브랜드중 하나인데요. 뭐 처음부터 성공적인 건 아니었어요. 어쩄든 시작은 온라인을 활용한 판매 전략이었어죠. 이 방법이 당시엔 상당히 혁신적인 시도였어요. 왜냐하면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는 경우는 많았어도 안경은 아니었거든요. ‘연예인 누구누구의 안경’ 이라며 판매되는 기성품이 아닌 브랜드 안경들은 모두 직접 안경점에 가서만 구매할 수 있었어요. 이 부분에서 의아함을 느낀 김한국 대표는 두 가지의 혁신적인 판매 전략을 채택해요. 이 판매 방식이 후에 어떤 어려움을 가져오게 될 지는 전혀 모른 채 말이죠.
첫 번째는, 홈 트라이(HOME TRY)라는 전략이었어요. 고객의 집으로 안경을 보내주는거죠. 총 5개의 샘플을 받아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반송시키는 방식인데요. 다행이도 이렇게 구매한 소비자들의 평은 대체로 좋았어요. 배송비도 모두 업체에서 부담했거든요.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요. 한 고객 당 샘플을 5개씩이나 보내줘야 하니 재고를 엄청나게 보유해야 했고, 물건을 받은 소비자 측에서 제대로 반송해주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었거든요. 오죽했으면 젠틀몬스터 측에서 소비자의 배송주소로 직접 찾아간 적도 있을 정도였어요.
두 번째 방식은, 프레임 파인더(FRAME FINDER)라는 가상 피팅 프로그램이에요. 소비자가 홈페이지에 안면의 정면, 측면 사진을 업로드하면 윤곽을 계산해서 가상으로 안경을 피팅 시켜주는 시스템이에요. 직접 착용을 하지 않고 착샷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죠.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는데요. 평면적인 사진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로 살펴볼 수가 없었고, 결정적으로 소비자들이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을 꺼려했어요. 사진을 업로드하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본인들의 얼굴을 온 세상에 보여주기가 싫었던거죠. 호기로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미래 지향적인 온라인 판매가 그렇게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젠틀몬스터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돼요. 안그래도 몇 있지도 않은 직원들 급여를 못 줄 정도로까지 말이죠.
*퓨처 리테일 (Future Retail: 미래의 판매, 즉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판매 방식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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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면의 아름다움보다 외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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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김한국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어요. 직접 발품을 팔기로 하죠. 주로 안경점이나 연예인들이 자주 다니는 곳들에 방문해서 젠틀몬스터의 안경을 직접 소개하고 다닌거죠.
그렇게 사방팔방 다니며 만난 사람들 중에 연예인들과 작업을 많이 하는 타투이스트가 있었는데요, 그 타투이스트를 만날 때마다 이 안경을 연예인들에게 꼭 좀 전달해달라며 간곡히 부탁을 했었어요. 항상 나이스하게 대해주던 그 타투이스트가 어느 날 마음을 먹고 소신 발언을 하게 돼요. ‘안경테가 예쁘지 않아서 도저히 안되겠어요.’ 김한국 대표는 머리에 망치를 맞은 기분이었죠. ‘아, 내가 맥락을 많이 못 잡고 있었구나...’
김한국 대표는 자신에게 팩폭을 날려 준 그 타투이스트를 욕하지 않고 객곽화를 한거죠. 오히려 그 타투이스트에게 그러면 당신이 한번 직접 디자인 작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타투이스트는 수락을 하게 되죠. 그렇게 새로운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젠틀몬스터 안경은 신기하게도 시장에서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김한국 대표가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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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기능적인 역할만 수행하던 ‘도구’로서의 안경이 ‘패션’과 결합하게 됐어요. 이때부터 젠틀몬스터는 지금 우리가 아는 아이웨어 브랜드의 대명사로서 제대로 발돋움했어요. 동시에 자신들의 주특기를 찾게 되는데요, 바로 상반된 두 재료의 결합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거죠.
젠틀몬스터의 결합에 대한 사랑은 브랜드명과 법인명에서도 잘 나타나요. '젠틀'과 '몬스터', 이 두 단어를 따로 놓고 보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럭셔리와 새로움의 결합인데요. 젠틀과 상반되는 몬스터는 내적 폭력성을 뜻한대요. 무언가를 해보기 위해 나의 어떠한 것을 희생할 줄 아는 신념이 ‘몬스터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법인명인 '아이아이컴바인드(II combined)'는 상상력(Imagination)과 해석(Interpretation)의 결합(Combined)을 의미해요. 이름만큼이나 젠틀몬스터는 상반된 두 재료를 섞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결합, 섞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젠틀몬스터는 아이웨어를 비롯 정말 다양한 산업군의 브랜드를 전개해요. 아마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아실걸요? 화장품, 향수등을 전개하는 브랜드인 ‘탬버린즈’와 고급 디저트 브랜드인 ‘누데이크’까지. 저는 처음에 이 브랜드들이 모두 한 지붕 아래 식구라는 게 정말 놀랍고 신기했는데, 잘 살펴보니 비슷한 특성이 확실히 느껴지더라고요. 제품도 제품이지만, 매장에서의 감성이나 제품 구매 전후로 느껴지는 가심비까지. 당장의 판매(sales)보단, 사고 싶게 만드는(branding) 브랜드라는 점이 가장 주요한 특징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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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젠틀몬스터는 의류 브랜드까지 확장할 계획으로 보여요. 지드래곤의 누나 권다미 대표가 이끄는 ‘웰던(We11Done)’출신의 디자이너가 합류해 샘플작업 중이라고 해요. 명확한 런칭 시기와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히 기대되는 부분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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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를 이야기할 때 ‘공간’을 절대 빼놓을 수 없죠. 젠틀몬스터는 공간을 활용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체화하는데요. 2014년엔 15일에 한 번씩 새로운 전시를 여는 패스트 스페이스 ‘퀀텀 프로젝트(Quantum Project)’를 진행했고, 2015년엔 남겨진 것, 새로운 것의 공존을 표현하는 ‘배쓰 하우스(Bath House)’를 목욕탕을 개조해서 오픈한 바 있어요.
그리고 대망의 2021년, 전시와 스토어의 혁신을 보여주는 플래그쉽 스토어 ‘하우스 도산(Haus Dosan)’을 오픈했죠. 오픈 이후엔 항상 젊은 세대의 성지가 되며 화제가 됐고, 지금까지도 새로운 전시를 오픈할 때면 줄 서서 기다리는 압구정 핫플이에요.
그러면서도 매번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요. 안경 브랜드가 왜 이 정도로 공간에 신경을 쓰냐는 거죠. 항상 전시회급의 새로운 공간 구성을 보여주니 소비자 입장에선 의문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은데요.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김한국 대표는 말해요. 제품∙스타일링∙문화∙공간∙기술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라고 말이죠. 하나가 0이 되면 모두가 0이 되기에 어느 하나 신경쓰지 않을 것이 없다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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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저희 텔유가 직접 가서 브랜드를 느껴보고 왔는데요. 이어서 저희가 다녀온 하우스 도산의 새로운 컨셉으로 진행되고 있는 팝업 스토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하우스도산은 언제나 그렇듯 외관부터 웅장하게 저희를 맞아주었는데요. 입장하자마자 내부에서는 또 한 번 크게 놀랐어요. 진짜 같은 거대한 젤리 파우치 오브제,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다양한 색감의 다양한 작은 젤리 오브제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동안 하우스 도산에서는 볼 수 없던 팝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어요. 왜냐하면 옛날 젠틀몬스터의 하우스 도산은 정말 전시회 같았거든요. 여기가 안경을 전개하는 브랜드인지, 아니면 내가 다른 전시에 들어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요. 하지만 이번 팝업에서는 그 정도의 느낌은 못 받았는데요. 말 그대로 ‘스토어’의 느낌이 이전까지 보다는 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제품을 공격적으로 선보인 예쁜 안경점 같은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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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속에도 좋았던 점은 있었죠. 전엔 너무 분위기 잡아놓은 전시회 느낌이라서 괜시리 마음이 무거웠디면, 이제는 보다 가벼운 마음 가짐으로 안경과 선글라스도 부담없이 써보며 사진을 찍는 유쾌한 체험이 가능했어요. 어쩌면 이게 젠틀몬스터의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더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어 소비자의 근처에 다가가겠다고요. 어떤가요? 독자님이 생각하시기에 젠틀몬스터는 우리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여러 의견들이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이 글을 읽고 젠틀몬스터와 한층 더 가까워져보고 싶으신 분들은 주말 나들이 겸 하우스 도산에 들러 구경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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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50 (압구정 하우스 도산)
기간: 24.01.19.(금) ~ 02.27.(토)
운영시간: 매일 11:00 ~ 21:00
주차: 세 브랜드(젠틀몬스터, 누데이크, 탬버린즈) 합산 2만원 이상 구입 시 150분 무료 주차 가능 (발렛 3천원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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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173 2층
기간: 상시
운영시간: 11:00 ~ 21: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주차: 건물 뒤편 주차가능, 만차 시 어려울 수 있음
영등포구청역 3번 출구에서 약 600m, 네이버 예약 후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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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유튜브 스텔스에 업로드 돼있으니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상에서는 글에 다 담기지 않는 내용들도 담겨있어요.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어 나름의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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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오늘 글을 읽으시고 안경과 선글라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조금이라도 생기셨을지 궁금하네요. 어떤가요? 새로운 패션 안경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 드시나요?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브랜드를 소개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신이 나 평소 보다 조금 더 글이 길어진 것 같네요. 읽으시는 데 지루함이 없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이나 요청 사항이 있으시다면 디엠으로 연락주세요! 그리고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 주에 또 봬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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