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키보드 근데, 배열은 누가 정한걸까?
안녕하세요 디자인 에디터 마르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도 만지고 있는 이 녀석, 하루에 이 녀석을 만지는 시간은 아마 반려동물을 쓰다듬는 시간보다 많을지도 모릅니다. 21세기에 들어선 우리는, 좋든 싫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키보드, 키보드의 디자인은 외형적인 것도 있지만 사람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만큼 사용자 친화적인 부분을 고려한 내재적인 디자인도 가지고 있죠! 오늘은 키보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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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거 SWING 32건반 USB 미디 컨트롤러 키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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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는 컴퓨터와 함께 나온 문자를 입력하는 부수적인 장치였습니다. 키보드라는 명칭은 컴퓨터가 보급 전에는 건반 악기를 부르는 대명사였지만, 컴퓨터가 등장하고, 타자기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장치가 나오자 그때부터 사람들은 타자기의 자판을 키보드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컴퓨터가 자판기를 대체하게 되자 이 명칭은 컴퓨터의 입력장치의 대명사가 되어 오늘의 키보드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죠
그렇다면 타자기는 키보드와 비슷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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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는 1714년 헨리 밀이 세계 최초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대문자만 입력이 가능해 상용화는 어려웠지만, 1868년 크리스토퍼 숄즈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타자기, 즉 피아노 건반처럼 자판을 치면 글쇠가 먹지를 때리는 방식의 타자기를 상용화 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자판기의 상용화로 굉장히 획기적이고 글을 적는 흐름이 바뀌기도 했지만, 기존 타자기의 자판 배치는 단순히 알파벳을 순서대로 나열하여 배치해둔 것이었고 연속적으로 빠르게 자판을 치면 글쇠가 엉키는 문제가 빈번히 일어났습니다. 이 문제를 기점으로 숄스는 자판 배치에 대해 연구하고 생각하게 되고, 이후에 현재까지 사용하게 되는 쿼티 자판이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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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재 말하는 쿼티 자판의 명칭은 영문 좌측 상단의 Q W E R T Y 를 합쳐서 읽어 쿼티라고 읽게 되었습니다. 쿼티 자판은 글자가 엉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 빈도가 높은 알파벳을 떨어뜨려 배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숄스는 1873년 레밍턴에게 특허를 팔게 되고, 레밍턴은 이후 타자기를 만들 때 쿼티 자판을 도입해서 만들게 되었죠.
하지만, 쿼티 자판의 배열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여러 주장이 많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선 재밌는 주장도 있습니다 당시 레밍턴이 출시한 타자기의 상품명은 ‘Type Writer’ 인데, 이는 자판의 맨 윗줄 9개 철자로 입력할 수 있어, 이것을 일부러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하네요!
얼핏 쿼티 자판은 "사용빈도가 많은 자판을 분류하여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했구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는 타자기의 글쇠가 엉키지 않게 하기 위함이지 인체공학적 설계는 아니었습니다. 이후 오거스트 드보락이라는 박사가 제안한 영어 사용빈도 및 손가락을 고려한 자판 배열을 제시했지만, 먼저 나온 쿼티 자판에 익숙해져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한국에도 타자기가 있었는데 한글 자판 배열은 누가 정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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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어떤 음이든 자연스럽게 표기할 수 있는 훌륭한 언어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만큼, 외국인들이 어려워하는 언어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요. 이 한글을 어떤 식으로 자판 배열을 해야 이용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을까 여러 고민과 형식이 존재했습니다. 오죽했으면 1940~50년대에는 “한글은 기계화가 불가능한 문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연구 끝에 한국어 패치를 마친 타자기들이 나오게 되었고, 자판 형식들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형식들을 설명드리기 앞서, 한국의 자판은 ‘벌식’ 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그렇기에 분류된 종류의 수를 앞에 붙여 ‘두벌식’ 이나 ‘세벌식’ 등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의 대부분의 키보드가 ‘자음’, ‘모음’ 이 두 가지로 분류한 두벌식인 것처럼 말이죠 해당 타자기들은 형식대로 글쇠가 찍히는 모양도 달랐기 때문에, 서체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시그니처가 될 수 있었다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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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성 / 중성 / 종성 분류
1950년 1월 미국 언더우드사에서 제작된 공병우 타자기 시제품 3대로 시작된 공병우 박사의 타자기입니다. 무엇보다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한글 기계화로 국민 문자 생활의 새 시대를 열어 대한민국의 산업화·정보화에 큰 역할을 하였고, 한글전용, 가로쓰기가 보급되어 정착할 수 있는 초석을 놓았을 뿐 아니라, 현대 한글의 컴퓨터·디지털화까지 이어지는 가교 역할까지 했다는 데에서 무시할 수 없는 공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저희 자판의 초석을 일궈낸 타자기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중 최초 모델 두 점이 2013년 등록문화재 제552-1, 552-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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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에 실용화되어 1960년대에 공병우 세벌식과 시장을 3:6으로 양분했습니다. 네벌식도 받침이 붙는 모음과 붙지 않는 모음은 구분하지만 모음이 붙는 위치에 따라 초성의 모양도 달라지는 것은 다섯벌식 뿐이기 때문에, 활자의 모양 자체는 다섯벌식이 가장 수려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예쁘게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행정기관이나 민간 기업들을 중심으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다만, 군에서는 속도가 빠른 세벌식을 주로 사용했고, 상급부대 보고용과 같이 예쁜 글씨가 필요한 경우에만 다섯벌식을 일부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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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다섯벌식 타자기 외에 장봉선 다섯벌식 타자기도 존재하는데, 장봉선 다섯벌식은 자판은 세벌식이지만 메커니즘은 다섯벌식인 타자기입니다. 1960년대의 시장의 1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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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정부가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표한 네벌식
현대 표준 두벌식 자판의 기원이 된 자판 배열입니다. 1960년대까지는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와 김동훈 다섯벌식 타자기가 시장을 6:3으로 양분하고 있었고, 나머지 10%는 장봉선 다섯벌식, 백성죽 네벌식, 진윤권 네벌식 등 여러 각종 형태의 자판이 너무 많아져 당시 한글 자판의 종류가 무려 13종에 이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정부 표준을 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1969년 박정희 정부 당시 과학기술처 주도로 네벌식 자판을 국가 표준으로 정하게 된 것이 네벌식 자판이었습니다. 네벌식 자판은 기존 세벌식과 다섯벌식의 장점을 취합하여 만들었지만, 세벌식과 다섯벌식의 중간 형태이다 보니 단점 또한 고스란히 반영되어 오히려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세벌식과 다섯벌식이 시장을 양분하던 상황에서 이도저도 아닌 네벌식이 뜬금없이 표준 자판으로 지정되자 사용자와 업체들의 반발이 심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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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드디어 저희가 현재 사용하는 두벌식이 등장합니다. 두벌식은 컴퓨터 시대에 대비해 컴퓨터용 정부 표준 자판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타자기에도 두벌식이 적용되었죠 1980~1990년대까지 가장 오랜 기간 생산된 두벌식은 이름처럼 자음 한 벌, 모음 한 벌의 구성이며, 현재 키보드 배열에 쓰이는 두벌식과 자판 배열은 거의 동일하지만, 차이가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타자기의 형식이다 보니 오른쪽 부분에 컴퓨터 키보드와는 달리 ㅒ, ㅖ, ㅢ 등에 할당된 키가 추가로 있습니다. 그 외에도 ㅘ 등에 쓰이는 ㅗ, ㅝ 등에 쓰이는 ㅜ를 위한 키도 있습니다.
그러나 1982년 제정된 자판을 타자기에서 사용할 때는 세벌식이나 네벌식에 비해 속도가 훨씬 느렸는데, 그 이유는 컴퓨터에서와는 달리 기계식 타자기에서는 받침을 자동 인식하지 못하므로 받침이 있는 글자를 치려면 '시프트(또는 받침)' 키를 누른 후 받침이 있는 글자의 모음과 받침을 쳐야 하는 기계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현재의 키보드의 두벌식 자판은 좌측 모음 우측 자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에 대해서는 국립국어원의 연구보고서를 참고해 볼 수 있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좌측부터 볼 때 상단에는 쌍자음이 있는 ㅂ,ㅈ,ㄷ,ㄱ,ㅅ(ㅃ,ㅉ,ㄸ,ㄲ,ㅆ) 사용도가 높은 자음인 ㅁ,ㄴ,ㅇ,ㄹ,ㅎ 은 중단, 사용 빈도가 적은 ㅋ,ㅌ,ㅊ,ㅍ 은 하단에 위치해있다고 합니다. 사용빈도가 많음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손가락인 검지와 중지쪽에 가깝게 배치(ㅇ,ㄴ,ㄱ,ㄹ)를 해두었고, 다음 우측의 모음을 보면, 사용빈도에 따라 동일하게 검지와 중지쪽에 가깝에 배치(ㅏ,ㅣ,ㅡ,ㅓ)를 해둔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출처 : 국립국어원[컴퓨터 키보드의 한글배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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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한글 자판 배치는 인체공학적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컴퓨터가 점차 보급되면서 이에 따라 키보드도 외형적으로 편의성을 생각하게 된 디자인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편의성을 너무 생각한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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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면 조금은 아찔한 이런 디자인들도 나왔었지만요..
이렇게 타자기에서 시작해서 현재까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쿼티 자판, 두벌식 자판의 자리 배치를 알아보았습니다. 특히나 한글의 자판 배치는 종류가 다양하고, 네벌식의 등장 등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지금도 해당 자판 배열을 기반으로 외형적인 다양한 디자인들을 비롯해 키감과 소리를 결정하는 청축,적축,갈축 등의 하드웨어적인 부분 또한 발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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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디자인과 용도에 따라 4가지 정도의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렇듯 이제는 정말 키보드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키보드 없이 살 수 없는 시대! 조금 더 재미있는 편의성과 디자인을 가진 키보드들이 좀 더 나왔으면 좋겠네요! 구독자 여러분들도 선호하는 키보드가 있으신가요?
디자인 에디터. 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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